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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찾는 맛>
여기 수도원에 20여 년간 살면서 마음 답답할 때는 물론이고 이래저래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게 하늘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거다.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마음이다.
수도자를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라 부른다.
어디 수도자만 하느님을 찾는가? 믿는 모든 이들이 마음 깊이에서 하느님을 찾는다.
하느님, 당신은 저의 하느님, 저는 당신을 찾습니다.
제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합니다.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에서
이 몸이 당신을 애타게 그립니다(시편 63,2).
위의 시편 말씀은 누구나의 실존적 체험이자 고백일 것이다. 너 나 할것 없이 하느님을 찾는 내적 여정 중에 있는 길손들이다.
수년 전 7월 언젠가 밭둑에 줄기차게 피어나는 야생화 메꽃을 보며 쓴글이다.
이 가지 저 가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늘로 가는 여정의
다리로 삼아
분홍색 소박하게
하늘 사랑 꽃 피워 내며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메꽃들!
그대로 하느님을 찾는 구도자의 모습이 아닌가?
그렇다. 수도자는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찾는다. 평생 하느님을 찾는 재미로, 맛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이다. 수도자의 기도, 노동, 온갖 수행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 하느님을 찾는 방편이자 하느님 사랑의 표현들이다. 하느님을 찾는 맛이 살게 하는 힘이요 부단한 자극이다.
하느님을 찾는 열정 있어 순결한 마음에 매일매일이 새 하늘 새 땅이다. 하느님을 찾을 때 저절로 따라오는 내적 성숙이자 이탈의 자유다. 하여 하느님을 찾는 열정 사라지면 완전히 불 꺼진 인생이요 영성생활도 끝이다.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아 만나야 산다. 역설적으로 하느님은 찾는 여정은 동시에 '참 나'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하여 말 그대로 '참 나' 되어 살기 위해 하느님을 찾는다. 그러니 다시 하늘 사랑 소박하게 꽃피워 내며 하느님을 찾는 순례 여정에 올라야 한다. 이래야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여기 수록된 모든 글들은 하느님을 찾는 여정에서 꽃처럼 피어났던 강론들을 간추린 것이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 쪽만 생각하면 너무 고달프다. 얼른 '사람을 찾는 하느님'을 생각하자. 이래야 균형 잡힌 영성생활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큰 위로가 될 것이다. 사실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찾아 주셨기에 하느님을 찾는 삶도 가능해졌음을 알아야 한다. 때로 하느님을 찾는 일에 지쳤을 때 고요히 머물러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을 묵상함이 좋겠다.
나무에게
하늘은
가도 가도
멀기만 하다.
아예
고요한 호수가 되어
하늘을 담자.
고요한 호수가 되어 하늘을 담듯이 하느님을 찾는 여정을 잠시 멈추고 고요한 마음 안에 이 책의 글들을 담아 봤으면 좋겠다. 첫 권에 이어 이번에도 온 정성을 기울여 좋은 책을 만들어 준 류지영 에프렘 수사님과 수고해 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07년 7월 불암산 자락 요셉 수도원에서
이수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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