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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인간의 존엄성 >

< 인간의 존엄성 >

우리는 "인간은 존엄하다"는 말을 듣고,

또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 9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말함으로써

인간이 존엄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존엄성은 누구도, 어떤 권력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존엄성은 신분의 귀천이나 빈부의 격차,

또는 기타 어떤 인위적·사회적 차별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에게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에게

이런 신성불가침의 존엄성이 있습니까?

누가 우리에게 이런 존엄성이 있게 하였습니까?

헌법입니까? 아닙니다.

헌법은 이미 있는 인간 존엄성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인간 존엄성은 과학적으로는 증명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보는 인간은 아무리 건강하여도,

또는 그의 신분이 아무리 높다라도

결국은 병들어 죽고 맙니다.

이런 인간에게 어떻게 이같은

불가침의 존엄성이 있습니까?

인간 존엄성은 천부적인 것입니다.

모든 인간이 이미 태어나면서 지니고 있는 것,

곧 하늘이 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신앙의 문제입니다.

즉 존엄하신 하느님이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셨고, 또한 이 인간을 사랑하시어

인간에게 당신이 누리시는 그 영원한 생명과

영광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인간을 부르셨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하느님의 이같은 부르심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인간은 존엄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입니다.

그 때문에 누구도 인간을 유린할 수 없습니다.

또 인간을 정치나 경제의 도구로 이용해서도 안됩니다.

인간은 오히려 정치와 경제 등 그 모든 것의 목적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