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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왜 절해유?

< 숨 쉬기 한번 >

< 숨 쉬기 한번 >

온가족이 숨을 죽인 채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 보고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하기를

"생사(生死)란 알고 보니 다른데 있는 게 아니네요."

아버지는 아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 물끄러미 바라본다.

"숨 한번 더 못 쉬는 것을 죽음이라 하고

그 숨쉬기를 계속하는 것을 일러 살아있다고 하지요."

"그래. 늘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숨인데

그 숨 한번이 소중한 줄 몰랐었단 얘기구."

"그러게 말입니다.

늘 하고 있는 것이라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지요."

"그래. 그렇게 흔한 것일수록

참으로 소중한 줄을 알아야 하겠지?

그런데 얘야, 네게 숨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늘 하고 있는 게 있는데 뭐가 있는 줄 아니?"

"밥 먹는 거요. 하루 세끼는 꼭 먹잖아요.

배고프면 간식도 먹고요.

아참 이 두 다리가 튼튼해서 늘 걸어 다니고

이 팔이 온전해서 늘 쓰고 있고요.

눈은 어떻고요. 그러고 보니 제 온 몸이 그러네요."

"그것 밖에 없을까?"

"아, 맞아요. 제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물도 있고 공기도 있고 땅도 있고 하늘도 있고

강도 바다도 사람도 금수도 초목도 무궁무진한데요."

"그리고 또"

아버지는 아들이 이미 있던 세상을

새롭게 지각하는 못급을 보고 기특해하면서도

아직 마땅한 말을 못들은 듯 넌지시 묻는다.

"또 있나요? 많이 있겠지요. 타고 다니는 차,

그 차를 운전해주는 아저씨. 학교선생님."

"그래. 다 맞지. 그런데 모양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만질수도 없는데 네가 말하는 이순간에도

너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은 그 소중한 것이 있는데."

아들이 무릎을 탁 친다. "마음이요."

아버지의 얼굴이 금세 환해진다.

"그래, 그 마음이 살아있으면 산 사람이?

그 마음이 죽어 있으면

살아있으되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쓰고 무한정 돈 안들이고 쓰는

그것이 가장 큰 은혜를 주는 것임을 알아서

더 소중히 해야하는 거란다."

아들의 얼굴이 활짝 피더니 밖으로 뛰쳐나간다.

"어디 가니?"

아들이 뒷걸음치며 답하기를

"이 세상에 큰 절 올리려구요."

- 원불교 나상호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