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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고향 가는길

<저무는 날에>

<저무는 날에>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 몸을 태워야 만이 환한

촛불 같은 것

꿈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 남기는

촛불 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무느니

주야사철 보고 지던 그 마음도

세월 따라 늠실늠실 흘러가고

사람의 사랑

끝날엔 혼자인 것

영혼도 혼자인 것

혼자서

크신 분이 품안에

눈 감는 것.

- 김남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