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시니어케어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것이다. 고령화 이슈는 비단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은 2003년, 독일은 2008년, 프랑스는 2018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고, 미국은 2030년, 중국은 2033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7억명에서 2050년 15억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응은 소위 고령친화산업 육성이라는 산업적 측면과 함께 사회안전망 구축이라고 하는 사회보험적 측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고령친화산업 진흥법 제정을 기점으로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령친화산업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총 73조원이다. 기존 고령층에 비해 높은 경제력과 다양한 선호를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이제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고령친화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하지만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업자들 중 매출액 10억원 미만이 73.6%, 종사자 수 10인 미만이 78.4%로 대부분 영세기업 위주로 형성되어 있어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사회보험 측면에서 2008년에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과 가족의 책임에 의지해 온 노인 돌봄 문제를 사회적 지원 과제로 전환하여 노인부양비 증가에 따른 세대 간 갈등과 과중한 부담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부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23~2027년 장기요양보험제도 중장기 발전 방안을 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방문요양·목욕·간호·주야간보호 등의 재가서비스를 복합 제공하는 통합재가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장기요양시설을 30년까지 5000곳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 시점에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직면했던 일본의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에 개호보험(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을 도입한 일본은 2022년 고령자 수가 3600만명이며, 이 중 장기요양 인정자는 690만명으로 고령자의 19%를 차지한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일본의 요양 및 고령자 주거시설은 2020년 기준 5만6600여개가 운영 중이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는 중산층 대상 고령자 돌봄주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은 고령친화 주거공간, 생활지원 서비스, 장기요양 및 의료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시니어타운으로 대표되는 주거시설과 요양시설이 분리되어 있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요양기관의 83.6%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30인 이하 소규모 시설이 55.3%나 되기 때문에 장기요양시설의 수나 규모의 확충이 시급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일본처럼 주거와 요양이 결합된 형태의 고령자 돌봄주택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거 및 요양시설 공급 증대를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진출 유도 혹은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공공부문만으로는 재정적 한계가 명백하기 때문에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민간 참여 유도가 절실하다.
끝으로 우수한 전문인력 확보와 돌봄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선 요양보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체계적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부는 현행 60만명인 요양보호사를 2027년까지 75만명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터이다.
일전에 세미나 자리에서 만난 한 일본 전문가가 던진 말이 생각난다. 그는 “한국도 서둘러야 한다. 고령화 문제는 쓰나미처럼 갑자기 몰려온다. 대비가 없다면 거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령화는 누구에게나 예정된 미래이다. 산업적 육성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양면적 특성을 고려하면서 현명하게 그러나 늦지 않게 대처해야 한다.
-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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