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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靈魂)찌우기

<참 찾아 나선 혼 7>​

<참 찾아 나선 혼 7>

우리 본바탕이 문제다.

그것을 피어내야 한다.

생명은 스스로 피어나는 것이다.

같은 생명이 피기에 따라

잎이 되고, 꽃이 되고,

동물이 되고, 사람이 되고,

노래 · 춤 · 학문 · 영이 된다.

사람의 생명은

그 됨이 과일과 같다.

겉에 아름다운

과피果皮가 있고,

그 다음 맛있는

과육果肉이 있고

맨 속에 씨가 있다.

껍질이 곱지만

그것은 눈을

끌자는 것뿐이지,

먹을 때는 벗겨 버린다.

그러나 맛있는 살을

다 먹혀도 아까울 것이 없다.

그것은 본래 주잔 것이다.

먹는 놈 저는

도둑질로 알고 먹었지만

씨 편에서 보면

먹히우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그 씨를

땅에 던져 줌을

얻기 위해서다.

아무리 잘 먹어도

씨는 못 먹는다.

씨는 도둑질 못 한다.

도둑질할 필요 없이

도둑질하려도

할 수 없는 것이 씨다.

- 함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