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금요기후행동 200회, 만 3년의 작지만 오랜 실천
"물방울이 바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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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가톨릭 신자들이 서울 광화문 곳곳에서 “함께 지구를 살리자”는 목소리를 내 왔다. 2020년 4월 10일 성금요일에 5명이 십자가의 길로 시작한 첫 ‘금요기후행동’을 만 3년간 진행해 2월 9일 200회를 맞는다.
설 연휴인 9일 한 주 전, 2일에 199차 금요기후행동에서 참여자들이 200번의 작지만 오랜 실천을 기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처음부터 행동에 참여한 이들, 중간에 소식을 듣고 동참한 이들 약 50명이 참석했다. 4년이 되어 가는 동안 5명이었던 피켓팅 참여자는 약 10배로 늘어났고, 어느 날부터는 풍물패가 결성돼 길놀이로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박스로 만든 손팻말은 버리지 않고 덧칠로 보수했다. 손팻말 내용은 탈석탄법 제정, 후쿠시마 핵폐기수 방류 중단, 기후 선거, 새만금 공항 반대 등, 반환경 정책과 현장만큼 다양하다.
피켓팅 시작 전 길놀이로 문을 여는 풍물패. ⓒ정현진 기자
참가자들은 사제, 수도자, 신자부터 이웃 종교인, 외국인, 젊은이, 노인까지 가톨릭기후행동 회원과 소속 없는 개인 등, 어느 한 가지로 묶일 수 없는 정체성을 가졌지만 “지구를 살리자”는 절박함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시작기도를 바친 뒤, 이들은 각자 마련한 다양한 손팻말을 들거나 입고, 점심시간 광화문 한복판을 오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3년간 같은 요일, 시간, 자리에서 펼치는 행동은 근처 직장인들에게 낯익은 풍경이 됐다. 지나는 시민들은 수도자들을 보고 인사를 건네거나 궁금한 내용을 물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늘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후쿠시마 핵폐기수 방류를 비판하는 내용을 본 이가 손팻말을 들고 있는 이에게 다가와 “가짜뉴스를 유포한다”며 뺨을 치는 일도 있었다.
가톨릭기후행동 일원인 임미정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는 금요기후행동 첫날을 기억하면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무엇이라도 하기 위해서 이 거리에 나왔다. 이런 변화들이 점점 모여서 어쩌면 지구의 새로운 미래가 여러분들과 저를 통해서 창조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4월 총선은 기후와 미래를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사거리 곳곳에서 손팻말을 든 이들. ⓒ정현진 기자
불자인 민정희 사무총장(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도 함께해 왔다. 그는 200회를 맞은 감사와 축하 인사를 전하고, “지구 온도 1.5도 상승이 2030년 이전에 도달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그러나 안전한 삶을 위해 바뀌어야 할 정치에 문제가 많다”면서,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이 총선에서 기후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전에서 광화문을 찾은 가톨릭기후행동 오현화 공동대표는 얼마 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활동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자들과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보다 훨씬 제한된 환경에서 무언가 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것이 항상 놀랍다.
필리핀과 같은 아시아 국가는 기후위기에 대한 피켓을 드는 것만으로 생명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그런 위협이 없는 우리는 이 자리에서 더 크고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앞으로도 가톨릭 신자로서 더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도와 발언을 마친 이들은 저마다 준비한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이 오고가는 사거리 각 횡단보도에 자리를 잡았다.
광화문 사거리 곳곳에서 손팻말을 든 이들. ⓒ정현진 기자
제주 강정에서 서울에 오면 시간이 될 때마다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다는 연극연출가 방은미 씨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니고 건강한 지구”라면서, “한반도의 위기를 넘어 지구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며 실천적인 행동이 필요하고, 우리 일상을 넘어선 행동이 필요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우연히 SNS에서 금요기후행동 소식을 보고 개인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하상 바오로(세례명) 씨 역시 “70살이 넘었지만 후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나왔을 뿐”이라며, “작은 행동인 것 같아도 꾸준히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도 뚫는다고 하지 않는가. 주변에 참여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나처럼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함께하자는 뜻을 담아 나온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참여한 노엘 씨는 한국에서 번역 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그는 피켓팅을 하면서 광화문을 오가는 외국인들의 질문 담당이 됐다. 그는 “단지 너무 다급한 일이고 정신 차려야 할 일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면서, 앞으로 할 수 있는 한, “관에 들어가기 전까지”이 일에 참여하겠다“며 웃었다.
금요기후행동은 앞으로도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30분부터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1시간 동안 진행한다.
200회를 앞둔 2월 2일 199차 금요기후행동은 설 연휴로 한 주 앞당겨 축하와 기념 자리를 마련했다. ⓒ정현진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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