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근황>
우리 동네 국숫집에서 파는
식혜의 맛이 좋아
먹고 또 먹고 하니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네
혀 끝에 감도는
달콤 시원한 맛
전에도 더러 먹었지만
처음으로 발견되는 잘 익은
시간의 맛
세계지도 하나
벽에 걸었을 뿐인데
갑자기
세상이 더 가까이 있네
내 마음도 훨씬 더 넓어진 것 같아
환히 웃어보는
나의 오늘을
다시 사랑하네
버리기 아까워
이렇게 저렇게 모아둔
병뚜껑들을 정리하다
짝이 맞는 병을 발견하면
하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의 감탄사가 나오네
서로 맞을 때의 그 완벽함을
무엇으로 설명하면 좋을까
정말로 고마운 마음
- 이해인의 햇빛 일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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