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좋다>
지는 해 좋다
볕바른 창가에 앉은 여자
눈 밑에 가늘은 잔주름을 만들며
웃고 있다
이제 서둘지 않으리라
두 손 맞잡고 밤을 새워
울지도 않으리라
그녀 두 눈 속에 내가 있음을
내가 알고
나의 마음속에 그녀가 살고 있음을
그녀가 안다
지는 해 좋다
산그늘이 또 다른 산의 아랫도리를 가린다
그늘에 덮이고 남은
산의 정수리가
더욱 환하게 빛난다.
- 나태주 시집 <사랑만이 남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