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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흙의 말씀>

<흙의 말씀>

당신의 구두에

흙을 털어낸다.

진 땅을 밟아 온 세상 이야기

낱낱의 기행紀行을 털어내고 있다.

공간을 나르는 새의 날개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 주둥이

씨앗을 껴안는

흙의 말씀

구슬이 떨어진다.

당신의 피로 물드는

절정의 흙

흙의 말씀 들린다.

진 땅을 가려 딛는 발소리

뼈가 파이는 굵은 빗줄기가

머릿속

깊이깊이 퍼붓고 있다.

흙을 털어낸다.

진흙 속에 빠져 온

당신의 하루

당신의 침묵이

비로소 열린다.

신달자 시선집 <저 거리의 암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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