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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과 인간의 혈맹>

<하느님과 인간의 혈맹>

혈맹(血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뜻은 피로써 도장을 찍어 굳게 약속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가장 깊은 관계에 대하여

흔히 쓰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더 깊은 의미의 혈맹입니다.

하느님의 성자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영원히 살리기 위하여 피를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목숨까지 바치셨으며

더 나아가 당신의 살과 피를 생명의 빵,

우리 영혼의 양식으로 내놓으셨습니다.

"나를 먹어라. 나를 마셔라.

그리하여 나와 같이 영원히 사는 사람이 되어라."

이렇게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당신의 생명으로 영원히 살리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주시기까지 하십니다.

그토록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것은 곧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바로 그 자체입니다.

하느님은 왜 우리를 이렇게까지 사랑하십니까?

우리가 잘나서입니까?

아닙니다. 반대로 못나서입니다. 우리가 죄인이요,

보잘것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 2,17)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죄 때문에

우리를 더 불쌍히 보시고 사랑으로 구하십니다.

뿐더러 굶주린 자, 헐벗은 자, 가장 보잘것없는 자와

당신을 일체화시키기까지 하십니다.

복음의 예수님, 그분은 참으로 모든 죄인,

모든 병자, 모든 불행한 인간의 친구요, 형제요,

위로자이십니다.

이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진정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고

걱정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이 하느님, 예수님은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게십니다.

그것을 믿는 것이 믿음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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