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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의 사랑>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무서운 하느님,

우리의 잘못을 벌하시는 하느님,

또는 우리의 사정을

몰라주시는 무정한 하느님,

또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 침묵의 神,

이런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정녕 하느님이 그런 분이라면

그는 무정하고 냉혹한 독재자요,

나의 부모보다는 물론 못하고

친한 친구보다도 못한 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구태여

이런 하느님을 믿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만일 믿는다면

그것은 혹시 그의 눈 밖에 나서

벌을 받고 지옥에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믿는 척하는 것일 겁니다.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이런 하느님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하느님은

성경 전체가 말하는 하느님은 아닙니다.

성경 전체가 말하는 하느님은

우리의 불충실과 불평, 불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버리거나 벌하시지 않는 하느님입니다.

육신의 갈증뿐 아니라 영혼의 갈증까지

풀어 주시는 하느님입니다.

당신의 얼(성령)을 보내 주시어

우리 마음에 당신의 사랑을 부어주시고,

우리들의 마음이 그 사랑의 충만 속에 잠겨

한없는 행복을 누리게 하는 하느님이십니다.

또 하느님은 우리 죄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우리를 위해

당신의 신성을 버리시고 비워서

사람이 되어 오시고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죽으시기까지 한 분입니다.

누구든 나를 위해 죽을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하고 우리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특히 나 자신이 죄가 많다고 느낄 때

이 죄 많은 나를 위해서 죽을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목숨을 내걸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진실하고 영원한 사랑을

나는 만날 수 있을까?

아마 그런 사랑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함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사랑을 갈망합니다.

사랑의 굶주림,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식욕과 물욕, 성욕 등의

욕구도 강하지만 분명히 그보다 더 깊고

더 근원적인 갈증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의 존재와 삶 전체를 감싸주는 애정,

나의 존재와 삶 전체를 밝혀 주는 빛,

그런 빛인 생명과 사랑에 대한 갈증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목말라하는

이 생명과 사랑은 무한하고 영원해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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