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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仰人의 삶

가득 찼어도 텅 빈 듯이」…동양철학에 담긴 지혜로 풀어보는 신앙인의 길

「가득 찼어도 텅 빈 듯이」…동양철학에 담긴 지혜로 풀어보는 신앙인의 길

공자·맹자 등 대가들의 가르침 그리스도교 핵심주제와 연결 사랑 의미하는 '인(仁) 사상 등 보편적 질문에 해답 제시 최성준 신부 지음 / 296쪽 / 1만5000원 / 분도출판사

‘공안낙처’(孔顔樂處)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유가’(儒家) 철학에서 ‘기쁨’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말이다. ‘공자와 안연의 즐거움’이라는 뜻인데, 공자의 제자 안연은 비록 가난했지만, 항상 인(仁)을 실천하는 것을 마음의 즐거움이요 기쁨으로 여겼다.

공자는 이런 안연의 태도를 칭찬했다. 공자 역시 「논어」에서 부귀가 의롭지 않은 데서 나온 것이라면 자신에게는 뜬구름처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언급했다. 공자와 안연이 추구한 이런 기쁨을 북송 시대 유학자 주돈이는 ‘공안낙처’로 표현하고 그 경지에 이르려 노력했다.

저자 최성준 신부(이냐시오·가톨릭신문사 사장)는 이 내용을 소개하며 ‘신앙인들은 어디서 기쁨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한 열쇠 말을 던진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난 우리는 지상의 것을 추구하지 말고 천상의 것을 추구해야 함'을 일깨운다.

“천상의 것을 추구하는 가운데 찾아오는 기쁨은 성령께서 베푸시는 선물입니다. 무엇보다 기쁨의 가장 완전한 형태는 사랑 안에서 하느님과 하나 되는 상태입니다.”(108~109쪽)

이처럼 책은 자칫 어렵고 고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공자’와 ‘맹자’, ‘노자’, ‘장자’ 등 동양철학 대가의 가르침과 동양의 여러 덕목을 그리스도교 핵심 주제와 연결해서 풀어 나간다.

‘화광동진’(和光同塵)와 ‘절차탁마’(切磋琢磨), '온고지신‘(溫故知新) 등의 고사성어나 동양고전의 유명한 구절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상과 신앙생활 안에서 떠올려 볼 생각거리들을 이야기한다. 읽기 편안한 에세이 문체로 쓰여서 '동양철학’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책은 저자가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중국철학 전공 후 귀국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빛」 잡지에 연재한 내용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을 지낸 약 10년 동안 사색한 흔적들이기도 하다.

1장에서는 중국 철학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며 관련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2장에서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동양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덕목으로 끌어냈다. 3장에는 마음에 대해, 4장은 이웃과의 관계와 친교에 관해 썼다. 5장에서는 나와 이웃에서 더 나아가 생태 그리고 더 큰 인간관계를 말하는 정치에 관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모았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동양 고전이 어떻게 읽히는지도 다뤘다.

책에서는 동양철학의 핵심 사상으로 ‘인’(仁)이 여러 번 강조되는데, 이는 곧 그리스도교의 ‘사랑’과 연결된다. “인(仁)은 ‘어질다’로 번역되지만 바로 아가페적인 사랑”이라고 강조한 최 신부는 “인은 곧 사랑이며, 공자가 가장 중시한 개념으로 유가의 최고 덕목”이라고 말한다.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유학의 ‘극기복례’를 제시한다. 즉 자기를 이겨 예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런 동양과 서양사상의 만남은 생각의 외연이 넓어지고 지혜가 더욱 다채로워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가 어떤 문화권에서 살아왔는지 이해하고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 사람이 어떤 사상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 알아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심정에서 책을 출간하게 됐다”는 최 신부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의 질문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는 보편적인 문제인데, 이 답을 찾아가며 형성된 동양철학의 여러 생각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전혀 낯설지 않고 어떤 면에서 신선한 길을 제시해 주기에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