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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살(靈魂)찌우기

<참 찾아 나선 혼 15>​

<참 찾아 나선 혼 15>

사람은

우주 안에 사는 동시에

생각함으로 인하여

제 안에 우주를 가진다.

그리하여 내적 세계를 창조한다.

그리하여서 그는 의미에 살고

보람에 살려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어쩔 수 없어

절대자에게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름이야 하느님이라거나

부처라거나 브라만이라거나

유신이라거나 무신이라거나 간에

생각하는 인간인 이상

어느 때에 가서는

자기가 인정하거나 말거나

어떤 절대적인 것이

내 존재 앞에 벽처럼 막아서고,

막아설 뿐 아니라

절대의 권위로 명령하는 것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거야말로 절망적이다.

그러나 그때에 비겁하게

피해서는 아니 된다.

이 의미에서 말한다면

인간은 근본이

절망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살아난

모든 위대한 혼이 증거하는 바에

의하면 그때에 물러서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면

한결같이 그후에는 다시 희망,

절망의 물결에 흔들림없이

절대의 평화 속에 산다.

그것을 정말 산 희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함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