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로마10.9-18.마태4.18-22)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아이에게 “너는 쓸모없어.”라고 계속 말하면, 아이는 정말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에게도 쓸모없다고 말하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고 하더군요.
쓸모없다는 말은 어떤 행동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 듣게 됩니다. 문제는 그 한 번의 일로 쓸모없다고 단정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부분을 보고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잘못입니다. 이 잘못에 누군가의 삶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빠다킹 신부의 맘고생크림케이크’라는 평화방송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촬영은 모두 제가 있는 갑곶성지에서 합니다. 공개 방송이라 누구나 함께할 수 있지만, 평일 오후의 촬영시간이 부담되는지 또 텔레비전에 자기 얼굴이 나올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오시는 분이 늘 적습니다. ‘많이 오시면 더 힘내서 할텐데...’라는 마음만 간절합니다. 그러나 만약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냥 벽보고 강의한다고 생각하자, 적은 수라도 자리를 채워주시는 그분들이 정말 고마운 것입니다.
쓸모없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것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하느님 영광이 더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역시 이렇게 신부가 된 것은 하느님의 섭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쓸모없는 것을 쓸모가 있게 주님께서는 만드십니다.
성 안드레아 축일인 오늘, 그의 부르심을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의 형 베드로와 함께 사람 낚는 어부의 사목직을 받고 흔쾌히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이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죽음의 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안드레아 성인 역시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를 떠올린다면, 세상의 가치는 모두 이차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의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서 주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나를 쓸모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부르고 계시는 주님께 감사할 수 있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우리가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는 잊히지 않을 만큼 슬프다(시드니 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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