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에페3.14-21.루카12.49-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에페소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신자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여러 가지를 청합니다. 여기서 청하는 것들은 사람들이 흔히 기도하며 청하는 것들과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평화로운 삶이나 건강, 가정의 화목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령으로 내적 인간이 굳세어지기를, 그리스도께서 마음 안에 사시기를,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를,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이러한 것을 하느님께 청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기초로 하여서 살기를 바라고 그것을 하느님께 청합니까?
그렇게 하는 삶은 어떠하리라고 생각합니까?
그 삶은 마냥 평온할 수만은 없을 것이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미친 사람으로 여길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람들에게서 마귀가 들렸다는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에페 3,19) 것이라면, 그 사랑을 알게 된 사람이 여느 사람들처럼 살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의 삶은 뒤집히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이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나는 성인이 아니라고, 나는 하느님이 아니라고 말하며 사랑의 요구 앞에서 물러납니다.
그런데 이 기도에서는 우리가 “하느님의 온갖 충만하심으로 충만하게 되기를”(3,19) 청합니다.
그런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에페소서를 읽으면서, 이러한 청원을 하느님께 드린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땅만 쳐다보고 땅에 달라붙어서 그저 삶의 사소한 것들을 청하는 것을 넘어,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하여 드높은 은총의 삶을 청하여 봅시다.
하느님께서는 “훨씬 더 풍성히 이루어 주실 수 있는 분”(3,20)이십니다.
- 안소근 실비아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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