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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에페3.14-21.루카12.49-53)

<우리를 향한 강력한 구원 의지로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

젊은 사제 시절, 방황하는 아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별의별 문제성을 지닌 아이들과 함께 살다보니 매일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너무너무 고마운 학교 담임 선생님 지갑을 털지를 않나, 도시 가스 파이프 라인을 타고 남의 집으로 들어가지를 않나? 수시로 보호자 자격으로 경찰서를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런데 사건 중에 가장 두려운 사건은 방화와 관련된 사건이었습니다. 인명 피해라도 나면 뒷감당하기가 너무나 힘든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야밤에 주인이 퇴근한 문구사 안에 침입했다가, 추워진 날씨에 불을 피우다가 화재를 냈습니다. 사건을 수습하느라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경찰에서도 방화범은 강력계에서 담당합니다. 불 한번 제대로 나면 막대한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큰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방화라는 것은 반사회적이고 치명적인 범죄이기에 특별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불’이란 일반 방화범처럼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아무 이유 없이 질러버리는 그런 불과는 철저하게도 다른 불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불은 ‘사랑의 불’입니다.

우리 죄인들을 향한 강력한 구원 의지로 활활 불타오르는 사랑의 불입니다. 눈멀고 귀먹은 우리 인간, 켜지지도 꺼지지도 않은 우리, 무기력해진 우리를 각성시키고 일깨우기 위해 강력한 에너지로 충만한 예수님 사랑의 불입니다.

복음서에 등장하시는 예수님께서 무척이나 싫어하셨던 부류의 인간상이 있습니다. 반응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시큰둥한 사람들입니다. 열정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사람들입니다. 이쪽에서는 피리를 불고 춤을 추지만 그저 소 닭 보듯이 멀뚱멀뚱 쳐다만 봅니다. 목이 터져라 외치고 불러보지만 별 반응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성인(聖人)들은 우리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한 가지 특징을 공통되게 지니신 분들입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의 불이 지속적으로 활활 타오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체하지 못하던 사랑의 불을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도 남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처럼 인류의 횃불이 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내면에 지니셨던 사랑의 불은 얼마나 뜨거웠던지 스스로를 완전히 연소시키셨습니다. 그 결과 불신과 냉담함으로 가득했던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마음을 뜨겁게 만드셨습니다. 당신 스스로를 활활 불타오르게 하심으로써 동토의 땅이었던 온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셨습니다.

인간 존재라는 것, 사고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이나 참으로 유한합니다. 한때 그토록 뜨거웠던 마음을 지녔었는데 불과 몇 년 만에 한줌 재처럼 그 마음이 자취를 감춥니다. 한때 죽고 못살던 그런 사랑이었는데 불과 몇 달 못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사랑이 변합니다. 활활 타오르던 시절이 엊그제였는데 냉랭한 마음, 무기력한 얼굴로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변해있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님은 우리 인간과 같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 인간을 향한 사랑의 불을 활활 지피고 계십니다. 냉담했던 우리지만 그분께로 돌아서기만 하면 따스한 그분의 기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그분 사랑의 불을 우리에게 옮겨올 수 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을 당신 내면 가득 채우시고 차갑고 냉담한 우리를 향해 다가오십니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우리,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우리를 향해 뜨거운 당신 사랑을 선택할 것인지 무미건조하고 냉랭한 세상을 선택할 것인지 결단을 촉구하며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