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곰삭한 맛

<무심천>

 

<무심천>

 

한세상 사는 동안

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욕심이라서

인간이라서

그 꿈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

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

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

그토록 괴로워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

물 한 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

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

다 풀어 물살에 주고

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

돌아서는

텅 빈 가슴으로

- 도종환

'詩, 곰삭한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가는 길>  (0) 2024.10.28
감사의 기도  (0) 2024.10.27
<사람의 됨됨이>  (0) 2024.10.25
세상을 다 가졌어도  (1) 2024.10.23
<평화>  (0)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