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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은

감옥에서 나오는

내 모습이 침착하고

고요하고 절도가 있어

마치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은

간수들과 이야기하는

내 모습이 자유롭고,

친절하고 분명해서

마치 내가 명령을

내리는 사람 같단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인가?

아니면 내 자신이 아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인가?

새장에 갇혀 있는

새처럼 불안하고

그리움으로

가득 찬 아픈 나.

목 졸린 사람처럼

숨 쉬려고 바둥대는 나.

색깔과 꽃,

새소리에 굶주린 나.

다정한 말과

인간적인 친밀함에

목마른 나.

건방진 행동과

작은 모욕에도

치를 떠는 나.

좋은 일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찬 나.

아득하게 멀리 있는

기쁨을 무력하게

갈망하는 나.

기도, 생각,

일에 지쳐 멍한 나.

지쳐서 모든 것과

작별하고 싶은 나.

나는 누구인가?

이것이 나인가?

저것이 나인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른 모습인가?

아니면 내가 동시에

두 모습을 갖고 있는가?

남들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혼자 있을 때는

보기 흉하게

질질 짜는 사람인가?

내 영혼은

이미 얻은

승리로부터

정신없이 도망치는

패잔병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 외로운

질문의 조롱감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든

당신은 저를 아십니다.

오 하느님,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