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간 월요일
(이사야35.1-10.루카5.17-26)
< 중풍병자를 고치신 예수님 >
성지 안에 모과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에서 가을이면 많은 모과가 주렁주렁 달립니다. 그리고 하나둘씩 익어 떨어지면 검게 썩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썩으면서도 방향제로 써도 충분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이런 모과를 소재로 시를 쓴 시인이 있습니다. 바로 정호승 시인의 ‘모과’라는 시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모과
가을 창가에 노란 모과를 두고 바라는 일이/
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때였다/
가을이 깊어가자 시커멓게 썩어가는 모과를 보며
내 인생도 차차 썩어가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모과의 고요한 침묵을 보며
나도 조용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고통을 견디는 모과의 인내를 보며
나도 고통을 견디는 인내의 힘을 생각했다
모과는 썩어가면서도 침묵의 향기가 더 향기로웠다
나는 썩어갈수록 더 더러운 분노의 냄새가 났다
가을이 끝나고 창가에 첫눈이 올 무렵
모과 향기가 가장 향기로울 때
내 인생에서는 악취가 났다
나이 듦이 어쩌면 썩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내게는 썩어가면서 어떤 냄새를 낼까요? 향기로움일까요? 아니면 악취일까요?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향기인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기길 원하십니다. 그리고 그 향기가 풍겨야 우리 죄를 용서해주십니다. 그 향기는 믿음, 사랑, 희망을 통해 세상 끝까지 뻗어갑니다. 그러나 많은 이가 그 향기를 가리는 악취를 풍기고 있습니다.
남자 몇이 중풍 걸린 사람을 예수님 앞에 데리고 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 지붕의 기와를 벗겨내서 예수님 한가운데로 내려보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드러납니다. 중풍 병자의 믿음이 아닌, 병자를 내린 남자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를 고쳐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을 무효화시키려고 방해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보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향해 “하느님을 모독한다.”라고 말하면서, 믿음의 향기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저주의 악취로 가리고 있습니다.
좋은 향기는 어떤 악취로도 가릴 수 없습니다. 특히 그 좋음이 진하면 진할수록 향기로움이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종교 지도자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병자를 당당하게 고쳐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향기를 품고 있나요? 세상의 어떤 악을 물리칠 수 있는 그리스도의 강한 향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노력하면 결국 가장 행복해지는 건 나 자신이다(박성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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