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과 한국교회

교회는 세상 어려움에 함께하며 손 잡아줄 수 있어야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95.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130항)

교회는 세상 어려움에 함께하며 손 잡아줄 수 있어야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지라도 교회는 세상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고, 그들의 어려움에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신부님1: 저희 성당은 청소년, 청년들이 없어요.

신부님2: 저희도 그렇습니다.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서 변두리로 이사가는 청년들도 많아요.

신부님3: 아이들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과도한 입시로 초등부에서 중고등부로 넘어가는 학생들이 드뭅니다. 중고등부 미사는 아이들이 없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돼 주질 못합니다.

신부님4: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인식의 전환, 그들을 환대하는 사목적 노력이 구체적으로 필요합니다.

신부님5: 혼자 어렵게 사는 1인 가구 청년들도 많습니다. 삶이 어려워 성당에 오기 어려운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찾아가는 사목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신부님6: 비록 성당에 못 오지만 영성과 친교, 관계성을 갈망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신부님7: 우리가 그들에게 친구가 돼 줘야 합니다.

■ 드러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아픔들

연말을 맞아 서울 명동 거리가 부쩍 활기차졌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는 성당, 거리 가득한 캐럴과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운 이들과의 모임에서 많은 분들이 가족·친구와 함께 기쁨을 만끽합니다. 송년은 비록 아쉬우나, 그 따스함이 우리에게 새날을 향한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사회의 내면은 그리 건강하지 않은 듯합니다. 고착화된 극한 경쟁, 어려워지는 민생, 점점 늘어나는 각자도생의 씁쓸함, 강요되는 고립과 소외가 그 이유입니다. 이는 결국 사회적 관계망과 신뢰의 상실, 높은 자살률(2020년 한 해 1만3195명, 하루 36.15명)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신앙공동체는 과연 안전할까요?

■ 위기의 본질

여러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어느 성당이나 유소년 및 20~30대 청년 신자의 급감이 심각한 사목 현안입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각박한 민생 같은 외적 요인도 있지만, 훌륭한 외적 성장과 대비되는 소홀한 신앙 교육, 신앙의 불충실 등 내적 요인도 공존합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단순한 인원 증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야 할 교회가 복음의 기쁨·활력·영적 힘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가? 비록 세상은 각박하고 힘들지라도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고, 그들의 어려움에 함께할 수 있는가? 이것이 위기의 본질이 아닐까요?

■ 친구가 되려고 오신 주님 강생의 신비

소중하고 고마운 친구가 있습니까? 그런 친구 덕분에 힘들어도 힘을 냅니다. 사랑이신 주님께서도 우리를 친구로 여기십니다.(요한 15,15) 오늘날 세상의 모든 어려움들도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음에서 비롯됩니다. 물질과 편안함의 유혹에서 벗어나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친구가 돼 주는 것, 그것이 강생의 신비를 증거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세상을 치유하는 신앙의 힘입니다.

“인간은 세상 모든 사람을 향하여 열려 있다. 인간은 너에 대하여 ‘나’라고 말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에 인간은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고, 자기 삶만 돌보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친교를 맺는 관계 안으로 들어간다.”(「간추린 사회교리」 130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