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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길(平和)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

우리 몸의

혈액에는 백혈구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신체에

이상한 병균이 쳐들어오면

그 침입자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백혈구가

침입자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아름다운 사랑이 느껴집니다.

"넌 왜 그렇게 더럽니?

넌 쓸모 없는 존재야!"

백혈구는 병균에게

심한 욕설을 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싸워서 무찌르는 일도 없습니다.

백혈구는 병균이 오면

아주 깊은

사랑으로 그를 감싸준다고 합니다.

그 침입자는

백혈구의 따뜻한 사랑에 감동해서

그렇게 스르르

녹아 버린다는 것입니다.

보기 싫든 지저분하든 가리지 않고

백혈구는 자신의 몸이

썩어 들어가는 줄도 모른 채

그렇게 다 껴안아 준다는 것입니다.

다 준다는 것,

당신 자신의 것마저도

다 꺼내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차마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사랑이 그리 쉬운 거라면

이 세상의 눈물은 이미 말랐을 테지요.

미움과 슬픔과 아픔과 증오마저도

결국 당신 안에서

그대로 녹아 사라지길 바랍니다.

바다같은 마음,

당신 안에 그런 바다 하나! 쯤은

갖고 계시겠지요.

- 김현태 산문집 <문득, 당신이 그립습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