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행복>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입니다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언어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나의 친구여
당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더 이상 먼 곳을 헤매지 마십시오
내가 길들인 기다림의
일상 속에 머무는 나
때로는 눈물 흘리며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오랜 나날 상처받고도 죽지 않는 기다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소임입니다
- 이해인<내 혼에 불을 놓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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