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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아빌라의 대 데레사).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에페1.15-23.루카12.8-12)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아빌라의 대 데레사).

언젠가 아는 지인이 좋은 포도주를 선물해주셨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자그마치 30만 원이 넘는 고급 포도주였습니다. 그리고 신부들 모임에서 이 포도주를 내놓았습니다. 인터넷 검색 결과를 보여주면서 아주 좋은 포도주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 포도주의 맛을 본 신부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맛이라고 칭찬하더군요.

만약 이 포도주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포도주잔이 아닌 종이컵에 따라 주었다면 어떠했을까요? 맛을 음미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훌륭한 맛이라고 칭찬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비싸고 귀하게 여기면 그만큼 대접받습니다. 그러나 싸구려로 취급하면 다른 사람 역시 싸구려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귀한 물건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상술이라고 하지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 생각납니다. 유리창이 깨진 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망가뜨리기가 쉽지만, 멀쩡한 차는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사람 역시 그렇지 않을까요? 귀하게 대접해야 남들도 귀하게 생각합니다. 비하하고 함부로 대하면 다른 사람들 역시 그렇게 대할 것입니다. 주님 역시 그렇습니다. 주님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을 보고, 다른 이 역시 주님을 귀하게 여깁니다. 자신이 주님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남들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주님을 귀하게 여기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성령을 거슬러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준엄한 말씀을 하신 다음, 예수님께는 제자들이 장차 당하게 될 박해 속에서 이 유혹을 물리치고 진리의 말씀으로 항변하는 지혜와 용기를 성령이 주실 것이라는 약속을 하십니다.

성령 모독죄는 예수님께서 전하는 하느님의 진리를 고의로 외면하는 죄를 말합니다. 진리는 권력과 폭력 앞에서 자칫 꺾이기 쉽습니다. 제자들은 곧 스승 예수님의 비참한 세속적 패배를 목격할 것이며, 그들 자신도 박해받으며 같은 운명에 처할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전하신 하느님의 진리가 세상에 퍼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입니다.

하느님의 진리를 고의로 외면하는 성령 모독죄가 바로 하느님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삶입니다. 이 성령 모독죄는 다른 이에게도 전달됩니다. 하지만 성령의 이끄심에 충실하면 그 모습 역시 전달되어서 다른 이들도 성령의 이끄심에 충실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귀하게 여기는 우리가 됩시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 역시 모두 귀하게 될 것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아빌라의 대 데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