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살아 보면>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진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법정 스님 수상집<영혼의 모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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