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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12월 21일

                         (아가2.8-14.루카1.39-45)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성령께서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계십니다!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그 옛날 아인카림 엘리사벳 집의 마당에서 벌어진 일은 참으로 기구하고 혹독한 사건이었습니다.

고작 13~14살의 앳된 나자렛 산골소녀, 정식 결혼도 하지 않은 사촌 마리아가 친척이라고 자신을 찾아왔는데, 아이를 가져 슬슬 배가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그런 마리아를 바라보는 엘리사벳의 상황도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녀도 마리아보다 6개월 앞서 아기를 가졌는데, 주변 사람들의 놀라움, 그리고 수군거림이 끝도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엘리사벳 소식 들었는가? 노인네들이 참 대단하네 그려. 세상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저 연세에 임신을 하다니! 저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별 생각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눈에는 아인카림에서 있었던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참으로 기구한 만남, 난감한 만남, 정말 이해하지 못할 만남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슬픔과 서러움에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엘리사벳 두 사람 사이에는 성령께서 현존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니 기구한 만남이 즉시 기쁨과 축복의 만남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순응한 두 사람이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쁨으로 충만한 엘리사벳의 외침을 들어보십시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복음 1장 42~45절)

성령께서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종종 체험하는 결코 원치 않는 만남, 부담 백배인 만남, 호의적이지 않은 만남도 성령께서 현존하시고 동반하시면 기쁨과 축복의 만남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자주 직면하는 기막히고 참담한 현실도 성령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견딜만한 현실, 이겨내고 극복할만한 현실로 변화되리라 확신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