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6.8-10.7.54-59.마태10.17-22)
<성 스테파노 사도>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
젊디젊은 부제 스테파노의 놀라운 신앙과 신심은 오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저마다 손에 큼지막한 돌 하나씩 들고 달려온 살기등등한 수많은 적대자들 앞에서 그는 이렇게 외칩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둘러서 있던 적대자들은 스테파노를 성 밖으로 끌고 가 돌로 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 누군가가 던진 돌에 한 번 맞아본 적 있으십니까? 어린 시절, 다른 동네 아이들과 ‘살벌한’ 눈싸움을 하던 중, 큼지막한 돌에 맞아 잠깐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돌에 피가 철철 흐르고, 기절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스테파노에게 날아온 돌은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수십 개, 수백 개였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사형방법입니다. 하나하나 맞을 때마다 극심한 고통에 비명과 신음이 절로 나왔을 것입니다. 무수한 돌팔매질을 온몸을 향하는 와중에도 스테파노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스테파노가 바쳤던 위 기도는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기 직전 바치셨던 예수님 기도와 거의 흡사합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스테파노의 순교는 예수님 십자가 죽음의 100% 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대자들의 끔찍한 돌팔매로 인해 거의 죽기 일보 직전인 가운데서도 스테파노는 자신을 죽이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보여주신 원수까지 사랑하신 그 어이없는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스테파노였습니다.
순교자들의 죽음,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신비입니다. 어떻게 단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그처럼 당당하게 내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그렇게 죽음을 자초할 수 있단 말입니까?
순교자들의 당당한 죽음, 그 이면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들은 이 세상에서 이미 하느님을 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뵙듯이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온 몸과 마음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 되셨으니 누가 감히 우리와 맞서겠습니까?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생활화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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