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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堂-감사 찬미 제사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민수 6,22-27.갈라 4,4-7.루카 2,16-21)

 

            방황하는 우리네 인생 여정에 늘 함께 동반하시고,

                        우리 곁을 지켜주시는 성모님!

아기 예수님의 복된 성탄 팔부 축제 기간 중에 갑작스레 어머니와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문이 활짝 열린 대축제 기간이라 직천당하셨을 것이라는 덕담에 큰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워낙 황급히 떠나시는 바람에 미처 작별 인사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해 황망하고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이젠 고인이 되신 어머니께서 희미하게나마 당신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살짝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주시더군요.

장례 절차가 다 끝나고 마지막 가시는 길 화장장 가족 대기실에 홀로 앉아있는데...어머니께서 제게 그러시더군요. “애야! 그동안 나 때문에 애썼다.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이제 또 다른 어머니께서 네 엄마가 되어주실 것이란다.”

돈보스코께서도 엄마 잃고 슬퍼 울부짖으며 오라토리오에 살러 들어온 가엾은 아이들을 볼 때 마다, 당신의 크고 따뜻한 가슴에 그들을 꼭 끌어안아 주시며 똑같은 말씀을 되풀이했습니다.

“애야!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저기 저분 보이지? 앞으로 저분, 도움이신 성모님께서 네 어머니가 되어주실 것이란다. 그러니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만사 제쳐놓고 성모님께 매달리거라.”

인생의 산전수전 다 겪으며, 이제 나이를 만만치 않게 먹은 저도 어머니를 여윈 슬픔이 이토록 큰데, 부모를 일찍 여윈 열두 서너 살 아이들, 열여덟 열 아홉 청소년들의 마음은 얼마나 더 찢어질 것인가 하는 생각을 오늘따라 많이 했습니다.

장례 기간 동안 사람들 앞에서는 그럭저럭 통제가 되더니, 모든 예식이 끝나고 홀로 남으니 갑작스레 큰 슬픔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더군요. 주체할 수 없는 폭풍 눈물을 닦느라 혼났습니다.

엄마를 일찍 여의고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큰 구멍이 나 있는 분들, 그 큰 구멍으로 불어오는 삭풍에 언제나 마음이 시리고 휑한 분들, 오늘 천주의 모친인 동시에 오늘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현존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언제나 방황하는 우리네 인생 여정에 늘 함께 동반하시고, 우리 곁을 지켜주심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특히 우리가 극심한 고통과 상처에 힘겨워할 때, 외로움과 절망감에 허덕일 때, 더욱 더 가까이 다가오시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성모님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들 힘겹게 살아오신 한해였습니다. 잘 견뎌내시고 극복하셔서 오늘 이렇게 또다시 한해와 작별하고, 또 다른 한해를 맞이하게 된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님께서 여러분들의 새로운 한 해를 축복하시고 필요한 은총 베풀어주시며, 고통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갈 힘을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