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행6.8-10;7.54-59.마태10.17-22>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아버지의 영이시다.>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입니까? 삼대 비판서인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입니까? 그의 책보다 아마 그의 삶이 먼저 생각나실 것입니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산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근처 이웃들이 칸트를 보고 집의 시계를 맞출 정도였다고 하지요. 그만큼 그가 정확한 사람이라는 것일까요?
뇌과학자들은 일체의 잡념을 없애려면 뇌에 어떤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변화에는 뇌가 곧바로 반응하기 때문에, 집중해야 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칸트가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자기 학문에 집중하기 위해, 삶의 일상 안에서 늘 똑같이 살았던 것입니다. 우리도 어떤 잡념 없이 어디에 온전하게 집중하려면, 일상의 규칙적인 루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에 신경 쓰는 우리입니다.
제게 많은 분이 기도하는데 잡념 때문에 힘들다고 하소연하십니다. 기도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기도만 했다 하면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만큼 너무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를 위해 자기만의 루틴이 필요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주일미사 참석하는 것으로 충분히 주님께 집중할 수 있을까요? 특별한 시간, 특별한 장소에만 가서 기도하면 잡념 없이 주님께 집중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인이라는 것은 내 삶 전체가 신앙인답게 살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주님께 제대로 집중하면서 그 안에서 참 기쁨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를 기념합니다. 성인은 초대 교회의 사도들이 뽑은 부제로, 식탁 봉사를 위한 일곱 봉사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오로지 주님께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진리를 증언했습니다.
유다인들의 공격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자기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님께만 집중하고 있으니,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돌에 맞아 죽음으로써 교회의 첫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유혹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견디어 내면서 주님께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만이 구원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사랑만으로 충분하다고 했는데, 너무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몸도 마음도 힘든 것이 아닐까요?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오늘의 명언: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기적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아인슈타인).
'오늘의 福音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0) | 2024.12.27 |
---|---|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1) | 2024.12.26 |
월요일(자)12월 23일 (1) | 2024.12.23 |
<세례자 요한의 탄생> (3) | 2024.12.22 |
토요일(자)12월 21일 (3) | 2024.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