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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주님 세례 축일

주님 세례 축일

이사야42.1-4.6-7.마태3.13-17)

 

주님 세례! 무죄하신 예수님께서 죄인인 우리 인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시겠다는 표현!

세례(洗禮)! 말마디 그대로 더러워진 몸과 영혼을 씻는 예식, 죄 사함의 의식이요 전례입니다. 그런데 죄나 오점이라고는 단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는 티 없으신 하느님의 외아들, 무죄하신 어린양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기 위해 요르단강을 찾아오셨습니다.

만왕의 왕이시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세례받으실 이유가 전혀 없으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한갓 피조물인 세례자 요한 앞에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너무나 황송해서 당황스러웠던 세례자 요한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저에게 오시다니요?”(마태오 복음 3장 14절)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응답하셨습니다.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마태오 복음 3장 15절)

오늘 우리는 주님 세례 축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세례는 예수님의 세례는 하느님의 지극한 자기 낮춤의 표현인 육화 강생인 성탄에 이어 다시 한번 극단적 자기 낮춤의 명료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듯 우리의 하느님은 임마누엘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죄인인 인간과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 우리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취하신 하느님, 우리의 죄와 타락이 너무나 안타까우신 나머지, 우리의 일상사에 늘 현존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이 곧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런 애틋한 마음을 지니신 하느님의 사랑이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통해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주님 세례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 세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셨다는 의미입니다. 무죄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인 우리 인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먼지요 티끌인 우리 인간과 동고동락할 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 여정을 동반하시겠다는 의미입니다.

이토록 자신을 한없이 낮추셔서 구질구질한 우리 인간 세상 안으로 들어오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을 낮추어, 우리보다 가난하고, 우리보다 더 고통받고 있고, 우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웃들 사이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