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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간 수요일
(히브7.1-3.15-17.마르3.1-6)
< 손을 뻗어라 >
“손을 뻗어라.”는 말씀은 오늘 우리들의 오그라든 마음, 뒤틀린 영혼을 곧게 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몸과 마음이 극도로 경직되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신학을 공부하던 시절, 교수 신부님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치르는 구술시험이 있었는데, 교수실 바깥에 대기하고 있노라면,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온몸이 경직되곤 했습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다른 검사들을 그럭저럭 견딜만한데, 엄청난 양의 혈액을 채취하기 직전이나, 대장내시경 직전에는 경직되는 것을 넘어 사시나무 떨리듯 온몸이 떨리더군요.
몸이 경직되다 보면 마음도 경직됩니다. 마음이 완고해지다 보면 몸도 뻣뻣해집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때로 몸이 경직되는 것보다 마음이 완고해지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가끔 마음이 꽁꽁 얼어붙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습니다. 어떻게든 한번 풀어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쌩쑈를 다해보지만, 끝끝내 문을 열지 않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한탄만 할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들, 아마도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겠지요. 예수님을 따라다니기는 다니는데, 그분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추종하려고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여차하면 예수님을 고발하고 그분께 올가미를 씌우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보다 백만 배 천만 배 더 가련하고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손 오그라든 거야, 그러려니 하고 참고 살아가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오그라들 대로 오그라든 그들은 스스로 구원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천국으로 향하는 문을 자기들 쪽에서 굳게 잠궈버렸습니다.
이런 그들의 완고한 마음을 보신 예수님께서는 크게 슬퍼하십니다. 노기까지 띠십니다. 그리고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향해 외치십니다.
“손을 뻗어라.”(마르코 복음 3장 5절)
“손을 뻗어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사실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둘러서 있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요, 동시에 오늘 우리 각자를 향해 건네신 말씀이었습니다. 우리들의 오그라든 마음, 뒤틀린 영혼, 비비 꼬인 정신을 곧게 펴라는 말씀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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