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2023년 1월 17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히브6.10-20.마르2.23-28)
< 성 안토니오 아빠스 >
이제 갑곶순교성지를 떠나서, 인천가톨릭대학교 성김대건성당의 주임신부로 생활합니다. 13년 만에 본당신부로 생활한다고 하니, 기대도 되고 또 알 수 없는 두려움도 엄습합니다. 그러나 아주 열심하고 교회에 헌신적인 신자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들과 함께 재미있고 기쁘게 생활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지난주, 이곳 김대건 성당으로 오기 위해서 가지고 있었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장 이사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가지고 있는 짐을 정리하려는 마음에 직접 짐을 정리했습니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짐을 정리해보니 얼마나 많은 짐들과 함께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옷장을 열어 옷을 정리했습니다. 20년 넘은 옷도 있었고, 살이 쪄서 맞지 않아 언젠가 체중을 줄여서 다시 입을 것으로 생각했던 옷도 많이 있더군요. 아깝다고 또 가지고 다니자니, 짐이 많아질 것 같아서 지금 당장 입을 수 없는 옷들 과감하게 정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옷장으로도 충분한 양이 되었습니다.
서랍을 정리했습니다. 문구류를 좋아해서 서랍 하나가 문구류로 가득합니다. 잘 쓰지 않는 펜을 정리하니 역시 통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책장도 정리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언젠가 다시 읽을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끌고 다녔던 책이었습니다. 신학생 때 보던 책을 비롯한 15년 이상 된 꽤 많은 책을 과감하게 처분했습니다.
이렇게 짐을 정리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쌓아만 두었구나.’라고 반성하게 됩니다.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나눌 수 있는 것들도 기쁘게 나눌 수 있어야 했는데, 나 혼자만 쓰고자 하는 욕심과 이기심이 물건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했음을 깨닫습니다.
욕심과 이기심이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즉, 주님은 보지 않고 나만 보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뜻과 정반대의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오늘 복음을 통해 분명히 알 수가 있지요.
안식일에 제자들과 밀밭 사이를 질러가시다가,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서 바리사이들이 “보십시오. 저들은 어째서 안식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다?”라고 따집니다. 밀 이삭 몇 개 뜯은 것이 뭐가 대수일까 싶지만, 이들은 확대해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제자들이 지금 추수를 한다는 것이지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예수님의 반대편에 서려고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기준만을 내세웁니다. 자기를 높이려는 욕심과 이기심에 주님의 뜻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트 2,28)라고 말씀하십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있다는 것입니다. 형식에 갇혀서 사랑을 실천하는 어리석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욕심과 이기심을 비워야 합니다. 대신 주님의 따뜻한 사랑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기회는 이루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크리스 그로서).
'오늘의 福音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손을 뻗어라 > (0) | 2023.01.17 |
---|---|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0) | 2023.01.17 |
신랑이 혼인 잔치 손님들과 함께 있다. (0) | 2023.01.15 |
<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0) | 2023.01.14 |
<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 (0) | 2023.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