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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히브10.1-10.마르3.31-35)

보다 매력적인 존재, 사랑스런 존재, 세파에 지친 세상의 나그네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 사목자!

오늘 우리는 참으로 특별한 성인 한 분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품위 있고 매력적인 사랑과 온유의 성인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입니다.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사목자이다 보니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님은 발길 닿는 곳마다 그분께 흠뻑 매료된 수많은 추종자들과 군중이 몰려와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그분께 가까이 가려고 경쟁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그분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그가 던지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눈물까지 흘리며 행복해했습니다.

오늘 수많은 우리 사목자들 가운데 단 한 분이라도 그런 분이 계시는가? 자문해봅니다. 급격히 침몰해가는 우리 교회가 회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비결은 우리 가운데 단 한 분이라도 그런 사목자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연히 한 유명 가수의 일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그 가수가 주도하는 콘서트 장소에는 수천·수만의, 군중이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들 가운데 동원되어 오거나, 억지로 와 앉아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 멋진 가수는 멋진 노래들과 퍼포먼스로 콘서트장을 감동의 도가니요,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습니다. 팬클럽 회원들은 한마음 한 몸이 되어 그 순간을 즐겼습니다.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보는 팬들의 눈은 마치 꿀이라도 뚝뚝 떨어지는 듯했고, 천국에라도 와 있는듯한 얼굴이었습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분위기를 이어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우리 교회의 지상 최대의 잔치인 미사는 저렇게 되지 않는 건지...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그 멋진 가수는 경호원, 안무팀, 연주팀, 무대팀 등 수많은 스탭들과 만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더군요. 수정하고 보완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감사하고, 격려하고 고무하고...

우리 교회의 대잔치인 성체성사도 전례 차원에서, 성가 차원에서, 말씀 선포 차원에서 보다 세심하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은 얼마나 온유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는지는 다음의 일화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한번은 어떤 사람들이 제네바의 주교 시절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와 샹딸 수녀를 음해하기 시작했습니다. 틈만 나면 있지도 않은 추문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퍼트렸습니다.

그러나 주교는 그 어떤 법적 대처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 기도만 하셨습니다. 엄청난 모욕 앞에서도 분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동정심을 지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길거리에서 장본인인 벨레라는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러자 주교는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맞잡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변호사님은 저를 음해해서 명예를 실추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신다지요? 제가 그 일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으니 제게 변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변호사님이 제 눈 하나를 멍들게 한다든지 뽑아 버린다 할지라도 저는 나머지 한쪽 눈을 가지고 여전히 선생을 기쁘게 바라볼 것입니다.”

매력적인 사목자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축일을 맞아 우리 사목자들이 좀 더 매력적인 존재, 사랑스런 존재, 세파에 지친 세상의 나그네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는 사목자로 거듭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