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위해 찾은 이 땅에서 절망 발견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얼마 전 이러한 제목의 뉴스를 보았습니다. “깻잎 4만장 못따면 소쿠리당 월급 깎아도...이주노동자 못떠난다” 이주노동 지원 단체인 ‘이주노동 119’라는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1년간 캄보디아 출신 농업 이주노동자 334명(상담건수 594건)을 상대로 임금·숙소·성폭력 문제 등을 상담한 결과를 공개한 것입니다.
‘사업장 변경’ 문제가 114건(19.2퍼센트)으로 가장 많았고, 임금체불·초과노동·퇴직금 등 ‘임금 문제’가 87건(14.6퍼센트), 부적합한 숙소나 과도한 숙소비 등 ‘기숙사’ 문제가 83건(14퍼센트)으로 뒤를 이었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습니다. 관련 뉴스의 링크를 계속 따라가다 갑자기 제가 전에 살았던 밀양이란 곳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사는 이곳, 울산에 오기 전에 제가 살았던 밀양은 깻잎이 매우 유명한 곳입니다. 깻잎과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상표 등록, 지리적 표시등록을 할 뿐 아니라 관련 특허까지 추진 중이라고 홍보 중입니다. 단순히 유명할 뿐 아니라 생산량도 엄청납니다. 전국 생산량의 5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요.
밀양시에서는 한때 홈페이지에 직접 “밀양 고추와 깻잎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웃지 못할 광고를 하기도 했지요. ‘밀양깻잎6차산업네트워크’라는 이름은 그럴싸한 조합도 있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선 깻잎 농사짓는 분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감물리의 이장님도 깻잎 농사를 하셨지요. 이장님뿐만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학습관에 와서 돈 될라면 이런 거 (쌀, 배추, 무 등등) 하지 말고 깻잎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제가 묻습니다. “우리는 사람도 없는데 나중에 누가 수확합니까” 동네 어르신들이 웃습니다. “그때 되면 알아서 다 해결됩니다 신부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눈에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동네 곳곳에 밤새도록 켜져 있는 깻잎 비닐하우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또 보이기 시작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깻잎을 수확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마을 어디를 둘러봐도 대량으로 깻잎 사업을 하시는 분들 농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대부분 이주노동자였습니다. 자료에 의하면 이 이주노동자들은 하루에 깻잎 1만 5000장 15상자를 할당량으로 받는다고 합니다. 근로계약은 8시간이지만 그 시간 안에 이 일을 다하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결국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초과 근무를 해야 하고 당연하게도 이 초과 시간에 대한 임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옆의 컨테이너나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주민들은 왜 한국으로 왔을까요?
교회는 이민의 목적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하며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으로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진 현대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찾는 이민이 점점 늘고 있다.
이민은 지구상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 출신들이며, 이들의 선진국 유입은 흔히 수십 년 동안의 경제 성장으로 얻어진 질 높은 행복한 삶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민은 현지의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업종이나 영역에서 노동 수요를 채워줌으로써 일자리의 공백을 막아준다.”("간추린 사회교리" 297항)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그들이 함으로서 사회의 공백을 메워 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더불어 이주민들의 노동과 관련된 교회의 지적도 되새겨 볼 만합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할 권리들을 자국인과 동등하게 누리도록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외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려는 생각이 확산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신중하게 감시하여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298항)
얼마 전 식당에서 불고기 백반을 시켜 먹다가 벽 한 켠에 붙어 있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깻잎은 추가가 되지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사실 이젠 낯설지 않은 문구이기도 합니다. 물가가 비싸서 그렇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머릿속에 잠시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깻잎이 조금 귀하더라도 깻잎을 따는 그들이 희망으로 찾은 이 땅에서 절망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유상우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우정 성당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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