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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화해 한다는 것 >

                   < 화해 한다는 것 >

화해란 무엇입니까?

누구든지 맺힌 것이 있으면 풀고, 용서 받을 것이 있으면 겸손히 용서를 청해 받고, 용서하여 줄 일이 있으면 용서하여 주고, 모든 사람과의 화목과 사랑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한 사람이라도 이같이 사랑할 수 있는가 물을 때, 사랑할 수 있다고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게 잘못하는 사람을 한 번 용서해 주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나를 끊임없이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 박해하는 사람, 원수까지도 용서해 준다는 것은 인간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나' '자아'를, 자기 전부를 내던질 수 있는 순교 정신 없이는, 우리는 원수만이 아니라 원수가 아닌 단 한 사람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알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열심히 이 기도를 바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면서 이 기도를 진지하게 바쳐보십시오. 내가 과연 이 기도의 말과 같이 완전한 의미의 '사랑의 도구'가 될 수 있겠는가를 반문해 보시시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다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해 보십시오.

절대로 '될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러나 진정 그렇게 되려면, 나는 그 사람과 용서, 그 일치와 신앙, 그 진리와 희망과 빛과 기쁨을 위해 참으로 완전히 봉헌된 제물이 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나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는 바로 그 '마음의 가난'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