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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여러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

< 여러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

내가 보기에 우리를 지배하고, 또 우리가 의식, 무의식 중에 따르고 있는 가치관은 내적인 것이 아니라 외적인 것, 물질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돈, 권력, 향락 등 외적인 것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생각하고 이를 얻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찾아서 뛰고 있는 것같이 보입니다. 이런 것을 '얻느냐, 못 얻느냐'에 인생의 의미, 삶의 행복,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라 전체의 발전까지 좌우되는 것인 양 생각하고, 이것을 향해 줄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나는 경제적으로 잘 사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돈을 많이 버는 한 국가, 한 민족이 발전의 지상목표로 삼는다고 해서 참으로 인간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로서의 풍요로운 사회가 되지는 않습니다.

돈이 많으면 돈으로 향락을 사기 쉽고, 이기주의가 되기 쉽고, 따라서 타락과 부패의 자유가 늘어날 것입니다. 결코 윤리적 가치가 향상되고 자유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뿐더러 그것을 위해 인간의 기본권 존중을 비롯하여 인간의 존엄성 자체까지 무시했을 때, 과연 그런 정신적·윤리적 공백 속에서, 인간부재 속에서 경제발전 자체가 제대로 성취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우리는 마음의 비리를 청산해야 합니다. 우리의 고질적 병폐인 한탕주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몰양심적·비양심적인 탐욕, 황금만능주의, 정치인들 사이에 악과 같이 뿌리내리고 있는 당리당략,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쥐고 흔들게하는 도덕불감증 등이 청산되지 않고서는 결코 새로운 미래를 건설할 수 없을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 모두가 자신의 과거의 비리, 스스로의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정직과 성실이 개개인의 삶과 사회의 정신적 기틀이 되고, 그래서 양심이 회복되고 도덕이 회복되고, 신뢰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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