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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청빈한 양관 스님 >

< 청빈한 양관 스님 >

청빈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양관 스님 이야기입니다.

양관 스님이 산 속의 보잘것없는 작은 암자인

오흡암에서 지낼 때의 일입니다.

오흡암이란 하루에 한 사람이

겨우 먹고살 수 있도록

큰 절에서 식량을 다섯 홉씩 대준다 해서

생긴 이름입니다.

그러나 양관 스님이 이곳에서 지낼 때는

그 다섯 홉의 식량마저 공급이 끊겨

스님이 손수 마을에 내려가 탁발

(스님이 집집마다 다니며

곡식이나 돈 등 보시 받는 일)을

해다 근근이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가난한 암자에

하루는 도둑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가진 거라고는

낡은 방석밖에 없었는데,

이 방석은 낮에는 깔고 앉고

밤에는 이불이 없어

대신 덮고 자는 물건이었습니다.

도둑은 그 방석을 훔쳐 가려고

자고 있는 스님 곁으로 슬슬 다가왔습니다.

스님은 아직 잠이 들지 않아서

도둑이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도둑이 놀랄까 봐

슬쩍 모로 돌아누워

그가 방석을 쉽게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얼마나 살기가 힘들면

낡은 방석 따위를 다 훔쳐 갔을까?"

다음날 스님은 그렇게 한마디 중얼거렸을 뿐

방석 도둑맞은 일을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그 후 몇 해가 지났습니다.

스님은 그때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는데

어느 날 한 남자가 무언가 커다란 짐을 지고

절로 찾아왔습니다.

"무얼 지고 오시오?" 스님이 묻자

남자는 그 자리에 꿇어앉아 울며 말했습니다.

"스님, 제가 몇 해 전에

방석을 훔쳐 간 도둑입니다.

스님이 이불 대신 덮고 계신 걸 알면서도

매정하게 그걸 훔쳐 가

몇 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하여

이렇게 이불을 한 채 만들어 가지고 왔습니다."

남자는 지고 온 이불을 스님에게 드렸습니다.

그날 남자는 스님이 일부러 자는 척하면서

방석을 쉽게 가져가도록 한 사실까지 알게 되어

더욱 자책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자는 절을 떠나기 전에

다시 스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스님의 방석을 훔쳐 온 다음부터

너무 죄책감에 시달려 그 이후 마음을 잡고

평범한 농부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살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다시 도둑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방석을 훔친 일이

저에게는 큰 스승이 된 셈입니다.

맹세하건대

앞으로도 절대 나쁜 짓 하지 않고

착하게 살겠습니다."

스님은 남자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려 주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잘 가세요."

스님은 산을 내려가는 남자를 향해

오랫동안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주어진 가난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맑은 가난,

즉 청빈은 절제된 아름다움이며

삶의 미덕입니다.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합니다.

양관 스님은 32세 때

스승에게서 깨달음을 인정받은 후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퇴락한

빈 암자만을 골라 가면서,

그 어디에도 매인 데 없이

한낱 가난한 탁발승으로서 살았습니다.

이와 같은 삶의 방식은

73년의 생애를 마칠 때까지

전혀 변함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양관 스님의 시입니다.

욕심이 없으면

모든 것이 넉넉하고

욕심이 생기면

모든 것이 부족하네.

간소한 나물밥으로

배고품을 달래고

허름한 옷으로

겨우 몸을 가려도

나는 행복하다네.

홀로 살면서

노루 사슴과 친구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노래하며 노니 얼마나 좋은가.

때로 바위 아래

샘물로 귀를 씻고

산마루의 소나무로

뜻을 삼아 행복하게 사네.

- 법정 스님의 참 맑은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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