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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하느님 백성의 중심에 병자들이 있습니다! >

연중 제5주간 토요일-세계 병자의 날

(창세3.9-24.마르8.1-10)

< 하느님 백성의 중심에 병자들이 있습니다! >

오늘은 세계 병자의 날이자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오래전 루르드에 들렀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성모님의 극진한 환대가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병들고 지친 제 육신과 영혼을 따뜻이 어루만져주시는 성모님의 손길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당시 루르드에는 전 세계에서 치유의 은혜를 구하러 온 수많은 환자들로 붐볐는데, 저 역시 환자의 한 사람으로 그들과 나란히 서서 간절히 치유를 청했습니다. 주님과 성모님께서는 절박하게 기도하는 저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치유에는 일련의 단계가 있더군요. 먼저 진지한 성찰과 처절한 회심, 그 후 선물처럼 다가오는 잔잔한 마음의 평화, 보물 같은 깨달음, 완전히 내려놓음, 그리고 보너스로 주어지는 육체의 치유.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병고로 사무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측은지심의 주님과 우리의 고통을 결코 지나치지 않으시는 성모님께서 세상의 모든 환자들을 가련히 여기시어 내적, 외적인 치유를 선물로 주시길 간절히 청합니다.

당신도 환자인 관계로, 더욱 환자들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올해 세계 병자의 날 담화문을 발표하셨는데, 우리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말씀입니다.

질병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반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고립되고 버려진 채로 질병을 겪는다면, 돌봄과 연민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질병은 비인간적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혼란과 질병과 쇠약함을 체험하는 것은 인간 여정의 일부입니다. 이는 우리를 하느님 백성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님 관심의 한가운데로 데려갑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 아버지이시며 이 여정에서 당신 자녀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잃어버리기를 바라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버리는 문화에 저항할 수 있는, 참으로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가 되는 법을 그분께 배웁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질병에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이 듦을 인정조차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취약함에 겁먹고, 만연한 능률만능주의 문화는 취약함을 숨기라고 우리를 다그치며 인간의 약함이 설 자리를 남기지 않습니다.

온 교회가 참다운 ‘야전 병원’이 되려면, 질병 안에서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복음적 모범을 잣대로 삼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의 사명은 특히 우리 시대의 역사적 상황 안에서 돌봄의 실천을 통하여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약하고 힘없는 이들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멈추어 서고 가까이 다가가며 치유하고 일으켜 주는 법을 아는 연민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아픈 이들의 고난은 마치 형제도 자매도 없다는 듯 자기 갈 길만 가는 사람들의 무관심을 깨고 들어가 그 발걸음을 늦추는 부르심입니다.

기능을 잘하는 것과 생산적인 이들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하느님 백성의 중심에 병자들이 있습니다. 교회는 모든 이가 소중하고 아무도 버려지거나 소외되지 않는 인류의 표징으로서 병자들과 함께 나아갑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