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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인간과 자연 >

< 인간과 자연 >

자연은 스스로를 조절할 뿐

파괴하지 않는다.

사람이, 문명의 인간이

연을 허물고 더럽힌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아득한 옛적부터 많은 것을

아낌없이 무상으로 베풀어 오고 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

밝고 따뜻한 햇살과

천연의 생수와 강물,

침묵에 잠긴 고요,

별이 빛나는 밤하늘,

논밭의 기름진 흙,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

사랑스럽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그리고 생기에 넘치는 숲….

온종일 주워섬긴다 할지라도

자연의 혜택을

말로는 다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자연의 은혜에 대해서

우리들 인간의

대부분은 감사할 줄을 모르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저 많은 것을 차지하면서

편리하게만 살려고 하는

약삭빠르고 탐욕스런 현대인들은,

혹심하게 빼앗겨 앓고 있는

자연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간과 자연은

빼앗고 빼앗기는 약탈과

주종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서

원천적인 삶의 터전이고 배경이다.

자연과 인간은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로

회복되어야 한다.

자연은 지치고 상처벋은

인생이 기대고 쉬면서

위로 받을 유일한 휴식의 공간이다.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죽은 후

차디찬 시신이 되어 묻히거나

한 줌의 재로 뿌려질 곳도

또한 자연임을 상기해야 한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영원한 모성일 뿐 아니라

위대한 교사이다.

자연에는 그 나름의

뚜렷한 질서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의 질서가 있고,

뿌려서 가꾼 대로 거두는

수확의 질서가 있다.

가뭄이 심하면

비를 내려 해갈시키고,

홍수가 나면

비를 멎게 하여 날이 든다.

바람을 일으켜

갇혀 있는 것을 풀어 주고

낡은 것을 떨어뜨리며,

끊임없이 흐르게 하여

부패를 막는다.

밝은 낮에 일하면서

쌓인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해 어둠이

내려 쉬도록 해준다.

이와 같은 자연의 질서에

우리들 인간은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은 나무와 물과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다.

그것은 커다란

생명체이며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육신이 탈이 나거나

병이 들면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지만,

영혼이 지쳐 있거나

병들어 있을 때는

병원을 찾아가도 쉽게 낫지 못한다.

어린애가 엄마의

품을 찾아가듯이

자연의 품속에 안기어,

자연의 소리를 듣고

그 질서를 우리 것으로

받아들일 때에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대지와 수목과 화초와

물을 가까이하면

사람의 정신 상태가

지극히 평온해진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는

새로운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그것은 정복과 착취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과 동반의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