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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인간다운 삶을 이루려면 >

< 인간다운 삶을 이루려면 >

인간과 자연 사이에는

새로운 관계가 맺어져야 한다.

그것은 정복과 착취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과 동반의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옛말에 "땅에서 넘어진 자는

땅을 짚고 일어선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쾌적한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이루려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의

극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오늘의 문명은

자연이 낳은 이자만으로는 모자라

자연이 쌓아둔 자본까지

갉아먹고 있는 비정한 현실이다.

만신창이가 되어 앓고 있는

오늘날 자연의 신음 소리는,

곧 우리들 자신의 질병이며

신음 소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이루려면,

될 수 있는 한

생활 용품을 적게 사용하면서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건은

지구상에 한정된 자원의 일부이며,

공장에서 기계와 기름과 화학 약품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과도한 소비는 반드시

자연의 훼손과 환경의 오염을 가져온다.

신발 한 켤레, 옷 한 벌,

가전제품 한 가지,

가구 한 개를 만들어 내는 데에 그만큼

매연과 산업 쓰레기와 더러운 물이

생긴다는 사실을 똑똑히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적게 가질수록

그것은 귀하게 여겨진다.

많이 가질수록

그만큼 인간의 영역은 시든다.

우리나라의 옛 선인들이

자연과 어떤 교감을 이루며 살았는지,

한 편의 시조를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16세기 송순의 작품이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 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생명의 젖줄,

자연은 자연대로 놔 두고 살면 안 되나?

조상 대대로 함께 살아온 강을

마구 파헤쳐 생명을 죽이고 있으니

이래도 되는가 깊은 헤아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 법정 스님 < 맑고 향기롭게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