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필리피3.17-4.1.루카16.1-8)
너는 내 기쁨이요 화관, 너는 내 삶의 의미요 존재의 이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베드로 사도는 자신이 부끄럽게도 스승님을 세 번이나 배신한 일로 인해 자주 눈물을 흘렸답니다. 하도 눈물을 흘려서 눈가가 짓무를 지경이었고, 수시로 흐르는 눈물을 위해 과거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처럼 가슴팍에 손수건을 하나 달고 살았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집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베드로 사도 못지않게 눈물을 자주 흘렸습니다. 한때 예수님과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고 탄압하는데 가장 앞장섰던 지난 일이 떠올라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가 눈물을 흘린 또 다른 이유 하나가 있었으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기처럼 나약하고 흔들리는 초대교회 신자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안쓰러운 마음에 그렇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초대교회 신자들로 인해 눈물을 흘린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기네 배를 불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그들은 하느님 보시기에 수치스러운 일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에 천상의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오로지 땅의 것들, 세상의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런 초대교회 신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가엾고 안타까웠던 바오로 사도는 눈물로 간곡히 호소합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상의 시민이 아니라 천상의 시민임을 상기시킵니다. 비록 오늘 우리가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한 존재로 살아가지만, 언젠가 하느님의 자비로 우리 모두 당신의 영광에 깊숙이 참여할 것임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킬 수도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필리피서 3장 20~21절)
마무리 말씀은 또 어떤가요? 매일 매 순간 수시로 흔들리고 방황하는 오늘 우리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애틋하고 다정다감한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표현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필리피서 4장 1절)
오늘 우리 각자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표현을 보십시오. 그는 오늘 우리를 향해 "나의 기쁨이며 화관."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기쁨이요 화관으로 여겨진다는 것, 놀랍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제자 베드로 사도 못지 않은 바오로 사도께서 오늘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너는 내 기쁨이요, 화관이라고 말씀하시니, 참으로 은헤롭습니다.
주님의 종들의 종인 바오로 사도께서도 우리를 향해 이런 표현을 쓰시는데, 자비와 사랑이 가득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얼마나 더 아름답고, 의미있고, 사랑 가득 담긴 표현을 쓰지 않으실까 생각합니다.
"너는 내 삶의 의미란다." "너는 존재의 이유란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단다." "너는 내 행복의 원천이란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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