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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부자가 집사를 해고합니다 >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필리피3.17-4.1.루카16.1-8)

                               < 부자가 집사를 해고합니다 >

우울증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지요. 처음 상당하면서 참 많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한참을 울다가 눈물을 닦으려고 책상 위에 놓인 휴지를 뽑는데, 상담 선생님이 자기보다 더 많이 울고 계신 것입니다. 이 자매는 ‘남의 이야기에 왜 우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몇 차례 상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자기는 울면서 말하고, 상담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울면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온종일 내담자들을 대하실 텐데 그때마다 저렇게 울면 힘들어서 어쩌시지?”

그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남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남을 걱정하는 마음을 통해 이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내담자의 이야기에 걱정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 내담자는 울고 있는 상담 선생님을 걱정하면서 치유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남을 위하는 마음이 치유의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남을 위한 사랑의 마음을 늘 강조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이런 점에서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부자가 집사를 해고합니다. 이유는 부자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땅을 파자니 힘에 부치고 빌어먹자니 창피한 노릇이다.”(루카 16,3)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재산을 횡령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보다는 그의 능력 부족으로 부자의 재산을 낭비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다가 부자에게 빚진 사람을 불러서 빚문서를 고칩니다. 기름 백 항아리는 쉰 항아리로, 밀 백 섬은 여든으로 고칩니다.

어떻게 보면 간교하고 부정한 일을 저지른 집사입니다. 이 사실이 들통나면 깜빵에 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집사의 주인인 부자는 책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칭찬합니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를 계속해서 말씀하셨던 주님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당해 보이는 수단까지 동원하는 약삭빠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남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칭찬하신 것입니다. 그 의도가 어떻든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 됩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티켓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 빠다킹신부와 새벽을 열며에서 -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서로 도울 것이니까요(드라마 ‘스토브 리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