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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주님, 우리가 잘못하여 세상이 병들었습니다! >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필리피4.10-19.루 카16.9ㄴ-15)

< 주님, 우리가 잘못하여 세상이 병들었습니다! >

주님, 우리가 잘못하여 세상이 병들었습니다.

주님, 우리의 불찰로 채 피어나지도 못한

꽃들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주님, 희생자 부모들의 가슴을 쥐어뜯는 말들이 난무합니다.

주최 측의 부재, 자발적인 행사, 개념 없는 놀이문화,

책임은 정부가 아니라 개인에게...

그보다는 일촉즉발의 순간 또다시 국가가 부재했습니다.

책임자들이 잠들었습니다.

침이 마르도록 외쳤던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 의상을 고르던 청년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던 우리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청년들이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마음껏 젊음을 발산하도록

도와주지 못했음을 가슴 칩니다.

주님, 마치 악마 같은 우리를 제대로 벌하십시오.

주님 야수(野獸) 같은 우리를 절대 용서하지 마십시오.

한 스님이 당신 체험담을 쓰셨는데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제목도 특이합니다.

겨울 부채! 부채는 통상 여름에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겨울 부채라니요?

겨울에 부채는 별 의미나 존재감이 없는 물건이지요.

우리 인간 존재가 때로 겨울 부채 같습니다.

지금은 떵떵거리며 난다긴다하지만,

길어봐야, 80년, 90년입니다.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때 우리가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그 모든 것들,

우리가 하늘 높이 쌓아 올렸던 높은 탑들,

몇백 년 써도 모자라지 않을 은행 잔고,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우리는 이 세상 살아가면서

너무 무의미한 대상들에 집착합니다.

쓸데없는 일에 과도하게 몰입합니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부질없는 것들에

지나치게 연연해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스님의 가르침은 정말이지 소중합니다.

생선을 즐겨 먹지만,

생선이 없다고 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재물을 즐기되 그 모든 재물이 없어졌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높은 벼슬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 아까워하지 않는다.

지식을 탐구하되 남보다 더 안다고 해서 뽐내지 않고

남보다 덜 안다고 해서 주눅 들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산속에서 밤하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드는 것을 경멸하지 않는다.

좋은 옷을 입지만 그 옷이 더러워지고 찢어져도 태연하다.

바오로 사도 역시 살아생전 스님이 체험했던

그 ‘넘어섬’을 온몸으로 이뤄낸 분이었기에

오늘 우리를 향해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외칩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피서 4장 12~13절)

오늘 우리도 넘어서는 작업에 충실하면 좋겠습니다.

매일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이 세상일에도 충실하지만,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이 세상을 초월해서,

이 세상 너머의 것을 내다보면 좋겠습니다.

무척 어려운 과제인 듯 보이지만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주님 안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