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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상선약수 >

< 상선약수 >

노자는 말 한다.

'이 세상에서 물 보다

더 부드럽고 겸손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딱딱한 것,

사나운 것에 떨어질 때는

물 보다 더 센 것은 없다.

이와 같이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처마 끝 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돌을 뚫는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댐을 이루어

동력을 일으킨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이 말은 자연이 지닌 모성적인

그 저력을 뜻 한다.

개울가에서 나는 인간사를 배우고

익힐 때가 더러 있다.

깊은 산 속 이라 어지간한 가뭄

에도 개울물은 그리 줄지 않는다.

개울물은 밤이고 낮이고

항상 흐르고 있지만 언제나 그곳에

그렇게 있다.

항상 그곳에 있어 여느 때와 같은

물 이지만 순간마다

새로운 물이다.

시간도

흐르는 개울물과 같은 것

이라고 생각 한다.

어제도 나는 이 개울가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어제 그때는, 그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또한 그때의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있는 것은

새로운 나다.

개울물이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르고 있어 여느 때와

같은 물 이면서도 순간 마다

새로운 물 이듯이

우리들 자신의 '있음'도

그와 같다.

그러니 흐르는 물 처럼 늘 새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구름이 되고 안개가 되어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삶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흰눈이 되어 얼어 붙은

인간의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 주고 서리가 되어

세월의 변화를

미리 알려 주기도 해야 한다.

비와 이슬이 되어

목마른 대지를

적셔 주면서 풀과 나무와 곡식과

과일 들을 보살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의 미덕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남 들이 싫어 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고

한 것 이다.

가뭄 끝에 내린 단비를

온 몸으로 받아 들이면서 새삼스레

물보살의 은혜를 생각 했다.

- 법정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