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 곰삭한 맛

<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

 

 

<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블록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 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 원 한 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 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그대에게선 냄새가,

사람냄새가 난답니다

 

- 김현태

 

'詩, 곰삭한 맛'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연설 >  (0) 2022.11.14
삶과 죽음  (0) 2022.11.10
< 마음엔 길도 없어 >  (0) 2022.11.04
< 하늘꽃 >  (0) 2022.11.04
기도하는 사람  (0)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