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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 >

                                성 요사팟주교 순교자 기념일

                                   (3요한5-8.루카18.1-8)

                           <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 >

청원기도를 드릴 때는 기도의 질, 기도의 방향이 아주 중요합니다!

여기저기 낙엽도 우수수 떨어지고, 계절에 걸맞게 연중시기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에 걸맞게 요즘 복음 말씀은 계속해서 종말에 벌어질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날, 그 거룩한 은총의 날, 다시 말해서 마지막 날, 잘 준비되지 못한 사람은 끔찍하고 참혹한 상황에 직면하겠지만, 미리미리 잘 준비한 사람들에게 그날은 더없는 축복이요 영광의 날이 될 것을 강조하십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니 예수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저 같은 사람들은 시험 준비가 잘 되지 않았던 관계로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시험 시간이 다가올수록 세상 괴롭고 마음이 산란했습니다.

그런 반면 평소 수업 시간에도 충실할뿐더러, 예습 복습에 충실했던 친구들은 시험이 기쁨이요 설렘이었습니다. 시험 시간이 다가오면 이번엔 평균 10점은 올려야지, 이번에도 준비를 잘했으니, 내가 당연히 1등이겠지, 하는 마음에 저와는 달리 시험 시간을 목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마지막 날과 관련된 말씀을 하실 때마다 예수님께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강도 높은 경고 말씀을 던지시는데, 그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한 명 각자 각자를 향한 극진하고 개별적인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습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구원의 명단에서 제외되는 일을 원치 않으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당신 눈에 밟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냉랭한 사람들!

예수님께서 마지막 날과 관련해서 그토록 강경한 발언을 하시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우리 모두를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절망과 낙담 속에 울고 있는 것을 원치 않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평생 그리워했던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십니다. 먼저 낙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하는데, 그냥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도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기도할 때, 밤낮없이 졸라대는 집요한 과부의 예를 드시면서 우리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순수하고 간절한 기도가 지니고있는 힘을 잘 알고 계셨기에, 더 간절히, 더 정성껏 기도하라고 당부하시는 것입니다.

열렬히 기도하라고 당부하시는 예수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과연 무엇을 간절히 청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봅니다. 청원기도를 드릴 때는 기도의 질, 기도의 방향이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작고 이기적이며 옹졸한 청원기도가 아니라 크고 이타적이며 관대한 청원기도가 필요합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하느님의 뜻을 알게 해달라고 간절히 청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도래하기를 진심으로 청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기꺼이 수용하고, 고통 안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얼굴을 찾게 해달라고 열렬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높은 자리, 물 좋은 자리, 편안한 자리가 아니라 남들이 가기 가장 꺼려하는 낮은 자리를 갈 수 있는 용기를 청해야겠습니다.

그가 크게 바뀌고 회개하기를 기도하기에 앞서 나부터 먼저 바뀌고 회개할 수 있는 힘을 청해야겠습니다. 죽어도 용서 못하는 마음을 버리고 보다 큰마음으로 용서하고 더 적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는 너그러움을 청해야겠습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영적이며 더욱 인간미 넘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