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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우리 역시 성령에 이끌려 하늘나라로 인도될 것 >

                                           연중 제33주간 수요일

                                  (묵시록4.1-11.루카19.11ㄴ-28)

                         < 우리 역시 성령에 이끌려 하늘나라로 인도될 것 >

영광스럽게 변모된 구성원들이 하느님 어좌 앞에 모여 영광과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하느님 나라!

심오하고 난해하기로 유명한 요한 묵시록에는 다양한 상징들이 등장하는데, 그 상징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게 되면, 성경 말씀들이 더욱 큰 은혜와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환시에 사로잡힌 요한에 하늘나라의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게 되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제일 먼저 그의 눈길을 끈 것은 ‘어좌’와 어좌에 앉아 계신 ‘어떤 분’이었습니다. 어좌라 함은 왕이 앉는 자리를 말합니다. 당연히 만왕의 왕이신 하느님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앉아 계신 분을 하느님이라 칭하지 않고 ‘어떤 분’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유다 관습 안에 하느님을 경외하는 차원에서 그분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좌에 앉아 계신 하느님은 하늘의 중심인물일 뿐 아니라 세상과 역사, 인류의 중심이십니다.

요한은 어좌에 앉아 계신 분의 모습에 대해서는 묘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분은 온 세상을 두루 비추는 강렬한 빛, 너무나 눈이 부셔 쳐다볼 수도, 접근할 수도 없는 빛 속에 거처하십니다. 그분에게서 발산되는 엄청난 빛은 절대적인 신적 권위와 권능, 신적 본질의 완전성을 의미합니다.

‘어떤 분’에게서 발산되는 강렬한 빛은 값진 보석의 빛깔과 비유됩니다. 벽옥(碧玉)은 여러 가지 빛을 내는 흰 다이아몬드이거나 무지개빛깔을 발산하는 단백석(蛋白石, opal)으로 추정됩니다. 홍옥(紅玉)은 아마도 진홍색의 루비(ruby)일 것입니다. 어좌 둘레에 무지개처럼 펼쳐진 취옥(翠玉)은 에메랄드를 지칭합니다.

이처럼 묵시록의 표상들이 주는 하느님의 이미지는 영광스럽고 전능하시며, 한없이 평화롭고 신비스런 느낌입니다.

“그 어좌 둘레에는 또 다른 어좌 스물네 개가 있는데, 거기에는 흰옷을 입고 머리에 금관을 쓴 원로 스물네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묵시록 4장 4절)

스물넷이라는 숫자는 열둘에 열둘을 더한 숫자입니다. 다시 말해서 구약의 열두 지파와 신약의 열두 사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로 스물넷이라 함은 하느님 백성 전체의 대표자요, 더 나아가서 하느님 백성 전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회의 참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광스럽게 변모된 구성원들이 지존하신 하느님 어좌 앞에 모여 앉아, 그분께 영광과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모임이 곧 교회인 것입니다.

어좌에서 터져 나오는 번개와 천둥소리는 시나이산에서 있었던 하느님의 계시를 연상시킵니다. 어좌 앞에서 타오르고 있는 일곱 횃불은 하느님의 일곱 영, 다시 말해서 성령을 상징합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요한은 네 생물을 봅니다. 그 모습이 꽤나 기괴합니다. 각각 사자, 황소, 사람, 독수리같이 생겼는데, 다들 온몸에 눈이 가득 달려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습니다. 섬뜩한 모습입니다.

네 생물은 온 세상에 살아가는 하느님의 피조물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눈들은 하느님 면전에서 그들이 느끼는 황홀함과 놀라움, 감탄을 상징합니다.

이렇게 요한이 들여다본 하느님 나라는 창조주이신 하느님, 엄위와 영광으로 가득한 거룩하신 하느님 앞에 구원된 하느님의 모든 백성들뿐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 모든 피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느님께 영광과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범 우주적인 전례가 거행되는 자리였습니다.

언젠가 우리 역시 성령에 이끌려 하늘나라로 인도될 것입니다. 꿈에 그리던 하느님 어좌 둘레에 앉게 될 것입니다. 영원히 지속되는 거룩한 전례에 참여하게 될 것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