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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 그분은 산 이들의 하느님 >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묵시록11.4-12.루카20.27-40)

                              < 그분은 산 이들의 하느님 >

진정으로 살아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있지만, 정신도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죽음 전문가셨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께서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씀을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십시오. 삶에서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닙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십시오.”

제 인생도 돌아보니 참삶을 살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했고, 숨을 부단히 쉬고 있었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살아있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육체는 살아 있었지만 영혼이, 정신이 죽어버렸던 순간들입니다.

여기저기 생물학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목격합니다. 그 모습은 마치 좀비 영화의 등장인물과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 말미에서 주님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은 축복이라고 강조하십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다.”(루카 복음 20장 38절)

그러나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늘 내 삶이 이토록 구차스러운데, 오늘 내 인생길이 이토록 가시밭길투성이인데, 이런 내 삶이 대체 무슨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삶의 질에 대한 지속적 반성과 성찰입니다. 오늘 나는 참으로 살아있는가? 열심히 숨 쉬고 삼시 세끼 제때 밥 먹으며, 분명히 살아있지만, 이미 내 안에서 어떤 것들이 죽어버린 것은 아닌지? 육체는 버젓이 살아있지만, 영혼이나 정신이 이미 소멸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욱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들의 육체는 점점 노쇠해지고 소멸되겠지만, 우리들의 영혼과 정신은 더욱 견고해지고 강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들이 아무리 열악하고 비호의적이라 할지라도, 또 일어서고 또 넘어서겠노라고.

진정으로 살아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 있지만 정신도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육체도 살아 있지만 영혼도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결국 주님 안에, 그분의 성령 안에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오늘 내 앞에 펼쳐질 하루하루가 시련과 상처투성이뿐일지라도, 기꺼이 견뎌내고 이겨내면, 언젠가 주님께서 약속하신 영광스런 부활의 삶에 직접 참여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또다시 힘을 내야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 앞에 진정 살아있는 자로 굳건히 서 있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하느님은 살아있는 자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 있는 사람은 모두 살아있는 것입니다. 죽은 사람조차도 하느님 앞에 있다면 살아있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오직 하느님을 섬기고 그분께 영광을 드리는 데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직 이 목적을 위해 살도록 우리를 부르시고 계십니다.

우리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자 노력할 때, 우리는 결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것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