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는 생명 산업입니다 >
농사는 일차적으로 식량 생산을 위한 행위입니다.
한 걸음 나아가 흙을 가까이하면서
흙이 지닌 덕과 질서,
생명을 움트게 하고 자라게 하는
자연의 신비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입니다.
농사는 생명 산업입니다.
농사일을 통해 이웃과 서로 돕는
상생의 유대가 이루어집니다.
농사는 홀로 지을 수 없습니다.
품앗이를 해야 하고,
물줄기가 있으면 서로 나눠 써야 하고,
생명의 열매 역시 혼자 먹지 않습니다.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나눔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대지의 은혜입니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대지의 은혜를 실감합니다.
사람은 땅에서 나는 곡식과 채소를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자동차는 먹을 수 없는 물건입니다.
생명이 없는 차디찬 쇠붙이입니다.
이것들만 가지고는 살 수 없습니다.
요즈음 생명 산업인 농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미 FTA라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건성으로 알았는데
몇 권의 책과 문서를 찾아보니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큰일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자유무역 같지만
사실은 철저하게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을 위한 협정입니다.
미국만을 위한 보호주의입니다.
자유무역이란 무엇인가?
자유롭게 무역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강자의 보호주의입니다.
그런데 FTA를 추진한다는 것은
무조건 개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정부 각료들은 개방해야 살고
쇄국하고 개방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정신 나간 소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외무역 의존도가
70%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무역의존도라는 말은 대외 개방도 를 의미합니다.
높다고 해서 자랑할 일이 아닙니다.
대외무역에 의존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외국을 향해 개방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70% 이상 개방하고 있는데
미국은 어떤가? 20%밖에 안 됩니다.
일본은 22%입니다. 나머지는 내수경제입니다.
우리 경제가 취약한 것은
내수경제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국과 일본보다
세 배 이상 개방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저 다 개방해야
살 길이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휴대전화나 자동차 좀 팔았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그만큼 외부로부터 받는 충격이 큽니다.
한미 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무역의존도는
올라가는 대신 내수 비중은 줄어듭니다.
내수 비중이 줄어든다는 소리는 무엇인가?
서민들이 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세계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합니다.
정부나 관료들, 대통령까지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입을 모아 말합니다.
몇몇 재벌 기업과 고급공무원,
관료들과 언론사들은 분명 이익을 볼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대다수 서민들은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욱 살기 어려워집니다.
농업은 서로 돕고 의지하는
상생관계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데,
미국의 농업이란 무엇인가?
상업농이 아니라 기업농입니다.
기업농 체제는 농업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립니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일단 '농업은 없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농업을 완전히 무시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 법정 스님<2006. 10. 15일 정기법회 일기 일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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