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버리고 떠나기>

<버리고 떠나기>

2010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도 잃어가야 하고, 남기고 싶지 않은 것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죽음을 앞두면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혹시 우리는 가져갈 수 없는 것들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미래를 담보로 오늘을 희생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시간은 흐르고 2010년도 분명 어제가 될 것입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아쉬워하고 속상해하고 있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 충실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그렇게 살 때 언제 올지 모르는 고통과 한계상황에서도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마지막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 호스피스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가르쳐준 소중한 교훈이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께 제안합니다.

“지금 함께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소중한가? 소중하지 않은 것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살고 있진 않은가?”

이 질문을 하며 새해에는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를 찾아가도록 ‘버리고 떠나기’를 연습해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버리고 떠나기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10가지를 가지고 떠나는 여행입니다. 소중한 물건부터 자기 자신, 가족, 자연, 여유 등 많은 가치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 관객들은 폭풍우를 만나면서 하나씩 버리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 작업을 하며 “무엇이 마지막까지 남았나요? 그리고 가장 처음에 버린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최근 “버리고 떠나기”를 하며 소중한 것을 적어보라는 말에 “너무 소중한 것만 적었다”며 힘들어하며 참여한 분은 처음에는 자신의 일을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버릴 수 없다며 종이를 모두 뒤집어놓고 잡히는 대로 버렸습니다. 이분이 적은 것은 “외로움, 종교, 가족들, 앞으로의 거처, 매일 만나는 사람, 자신이 참여하는 모임, 가족 간의 잦은 왕래” 등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가족이었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그래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이 작업을 하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 익숙한 우리는 물질이 가장 귀한 것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버리고 떠나기’ 여행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버린 것은 역시 물질이었습니다. 돈, 가지고 있는 물건들, 소중하게 생각한 장난감들, 전자제품, 추억이 있는 노트, 필기도구 등은 아깝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수는 아니라는 생각에 큰 갈등 없이 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본”을 버리는 것은 그리 아깝지 않다고 합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가족과 친구들을 놓고 버리기 힘들어합니다. 어떤 이는 가족을 버릴 수 없다며 자기 자신을 먼저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과 자신의 일상이 특별하지는 않아도 참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대학로에서 공연중인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가 끝난 뒤 ‘버리고 떠나기’ 작업을 한 분들의 작업 내용과 소감입니다.

몇 시간 지나면 “2011”년 새해가 시작됩니다. 송년회나 연말모임에 바쁘고 떠오르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여행 계획을 세워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잠시 멈추어서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을 찾아나가는 자아성찰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합니다. 내일이 늘 있을 것 같아도 언젠가는 마지막이 될 하루가 있기에 우리의 하루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인생은 더 풍요롭고 행복하기 때문입니다.(2010.12.31. 기고글)

- 김갑경 마리아의작은자매수녀회 수녀